스스로 면접에는 강점이 있다고 생각했던 나에게는 아주 소중한 기회였다. 그리고 왠지 면접을 잘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면접 당일, 현장에는 2명의 지원자만 있었다. 서류 합격자는 더 많았던 것 같은데, 실제로 면접을 보는 사람은 2명이 전부였다. 나 이외에 다른 한 명은 면접에 무조건 붙을 것 같은 인상을 가진 여성 지원자였다. 면접도 보기 전에 이미 떨어진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면접에 임했다. 신기하게도 면접 후 곧바로 추가 면담이 있었다. 병원장의 말에 따르면 최종 합격자는 1명이지만 2명의 면접자 모두 마음에 들어서 고민 중이고, 그래서 병원 측에서는 추가 면담을 진행한다고 했다. 추가 면담 후 결국 두 사람 모두 합격을 하게 되었는데, 그 덕분에 또 다시 새로운 곳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사회복지 분야에서의 경험이 있긴 했지만, 정신병원에서는 처음 일해보는 거라 많이 긴장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회복지로 전향할 때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분야라서 기대가 되었다. 드디어 병원으로 첫 출근을 하게 되었다.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내가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면서도, 어떤 일이든 주어진 상황에서 항상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일터로 향했다. 그리 넓지 않은 사무실에는 나를 포함하여 10명 남짓의 직원들이 있었는데, 지금도 그 분들을 생각하면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다. 새로운 분야, 낯선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일할 수 있었던 건 함께 일했던 동료 선생님들 덕분이기 때문이다.
잠시 시간을 돌려 나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려고 한다. 부산에서 태어난 나는 7살이 되던 해에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그 곳은 시골 분위기가 나는 한적한 곳이었다. 시장 근처에서 살았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을 접하게 되었고, 다양한 이야기를 어깨너머로 자주 들을 수 있었다. 당시 우리 동네에는 꽤 유명한 정신병원이 하나 있었는데, 그 병원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어른들의 입에서는 온갖 욕설이 튀어나왔다. 동네에 사는 아이들 사이에서도 온갖 유언비어가 쏟아져 나왔는데, 밤마다 그 병원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다거나 무덤 위에 병원이 지어진 탓에 밤마다 귀신이 나온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그렇다보니 동네에 사는 누구 하나 그 정신병원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 리 없었다. 마을과 제법 떨어진 곳에 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건물을 철거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왔다. 가끔 밤이 되면 동네 형들과 그 병원에 몰래 찾아가 용기를 증명하는 놀이(?)를 하곤 했지만, 근처에만 가도 음산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돌아오기 일쑤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 병원은 이후에 내가 사회복지사로서 처음으로 근무하게 되는 병원이 되었다는 점이다. 내가 일할 때는 정신병원이 아니라 재활병원이었지만, 그 인연이 제법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린 시절 무서움의 대상이었던 정신병원에서 내가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 입장에서는 인생의 흐름 가운데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친 요소들이라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진실이 무엇이든 나는 그렇게 생각을 했고, 그래서 앞으로 일하게 될 정신병원에서의 경험들이 좀 더 특별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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