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a story : 나 그리고 세상/1.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27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이 이야기는 [복실이]에 대한 이야기이자 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꿈을 향해 달려가던 나의 10대 시절, 꿈을 잃고 방황하던 20대 시절, 다시 새로운 꿈에 도전하는 30대 시절의 내 모습과 그 시기를 오롯이 지켜본 유일한 존재인 [복실이]와의 추억이 담긴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애완견이랑 그런 추억과 유대감을 쌓는 게 가능한 일인가?”  혹자는 이렇게 물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쩌면 혼자만의 공상 아니냐며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나 혼자만의 공상이 아니라고, 그 아이와 나는 실제로 이런 유대감을 쌓았다고 말이다. 그리고 애완견을 키우는, 그리고 키웠던 분들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그 시절의 나는 사람들과 관계..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25. 편지

[복실이]에게  내 영혼의 단짝, 정말 오랜만이야. 가끔 혼잣말로 너에게 말을 걸곤 했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어 슬플 때가 있었어. 당연한 이야기지만 네가 떠난 빈자리가 참 크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지. 그렇지만 참 씩씩하게 잘 견뎌냈다고 생각하는데 네 생각은 어때?  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결정한 사회복지라는 진로를 향해 지금도 열심히 달려가고 있어. 일하는 곳마다 나름대로 성과도 있었고, 능력도 인정받고 있는 걸 보면 너의 생각처럼 나랑 잘 맞는 일인 것 같아. 그리고 열심히 일하다보니 좋은 기회가 생겨서 정신건강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는 자격도 갖게 되었어. 공부와 실습을 병행하는 수련기간 1년 동안은 정말 미치도록 힘들었지만, 막상 1년간의 수련을 마치고 눈앞에 있는 자격증..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24. 여동생

나는 남동생 두 명이 있다. 동생들과는 나이 차이가 제법 나는 편이고, 그래서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혼자였다. 원래 자녀 1명만 낳아 잘 키우자고 생각했던 어머니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동생을 갖기로 결심했다고 하셨다. 늦둥이 동생들이긴 하지만, 나이 차이에 비해 세대 차이를 크게 느끼지 않고 지냈던 것 같다. 내가 정신 연령이 낮은 건지, 아니면 동생들이 높은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나는 남동생만 두 명이 있다. 그래서 가끔 누나 혹은 여동생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성향의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로 남자 형제들은 좀 무뚝뚝한 편이다. 서로 챙겨주긴 하지만, 뭔가 표현하는 걸 어색해한다. 우리 형제, 정확히는 우리 가족은 정말 무뚝뚝한 편이다. 그래서 여동생에 대한 로..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23. 산책시간

가끔 [복실이]에 대한 생각에 잠길 때면 ‘그 때 좀 더 잘해줄 걸’ 하는 후회를 많이 한다. 그러한 후회 중 하나가 바로 산책인데, 우습게도 산책은 내가 가장 잘 챙겨준 일임과 동시에 후회가 남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 아이와의 시간들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산책이었고, 그 덕분에 그 녀석이 오랫동안 건강을 유지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후회하는 것은 좀 더 멀리, 좀 더 다양한 곳을 함께 다녔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다.   학창시절에 [복실이]를 만난 덕분에 꽤 여유롭게 산책 시간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걷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기 때문에 그 아이와 함께 산책하는 시간은 나에게도 행복한 순간이었다. 강아지와 산책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체력이 필요하다. 내가 걷는 대..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22. 우유

[복실이]는 우유를 싫어한다. 우유만 먹으면 배탈이 났다. 그렇게 언젠가부터 그 아이에게는 우유를 주지 않게 되었다. 나도 우유를 먹으면 탈이 나는 경우가 잦았다. 나 역시 우유를 즐겨 먹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집 냉장고에는 우유가 있는 날보다는 없는 날이 더 많았다.   어느덧 군 입대를 해야 할 순간이 다가왔고, 면제를 꿈꿨지만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고 군대에 가게 되었다. 휴가를 얻어 본가에 가게 되었는데, 본가에는 우유 하나가 있었다. 내가 군대에 가 있는 동안 부모님께서 ‘밀크’라는 이름의 강아지를 분양받으셨다고 했다. 그 우유는 생전 처음 본 나를 보고 반가운 듯 꼬리를 흔들었다. 하지만 이내 [복실이]의 무력 앞에 꼬리를 내리고 동생들의 품에 안겼다.  휴가 기간 중 [복실이]와 밀크가 ..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21. 꿈을 꾸는 순간

오래 살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조금 살아보니 인생에서 자신의 꿈과 재능을 발견하는 것은 정말 소중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삶을 살아감에 있어 자신의 꿈과 능력을 깨닫는다는 것은 매우 큰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꿈을 향해 모든 에너지를 쏟으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 역시 매우 아름답고 눈부시다.  나 역시 멋진 꿈을 꾸던 시기가 있었다. 언젠가 앞에서 이야기했던 농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이 나에게 있었다.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결국 끝까지 전진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내 인생 가운데 가장 불꽃처럼 뜨거웠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 꿈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의 상실감이 너무나 커서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지만, 다행히도 무사히 잘 견뎌낼 수 있었다. 그리고..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20. 모태솔로

[복실이]는 모태솔로이다. 남자친구를 사귄 적이 한 번도 없다. 몇 번이고 좋은 짝을 만들어주려고 했지만, 어찌나 앙칼진 모습을 보이는지 만나는 친구들마다 도망가기 바빴다. 그래서 새끼를 낳은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리틀 [복실이]가 태어난다면 참 귀여울 것 같지만, 한편으론 평생 모태솔로였기 때문에 오랫동안 건강할 수 있었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복실이]가 다른 친구와 알콩달콩 지내는 모습을 보지 못한 건 아쉽다. 이것이 아빠의 마음일까? 그 아이가 낳은 귀여운 강아지들을 볼 수 없었다는 사실도 아쉽다. 이것이 할아버지의 마음인가?   사실 나는 결혼 후에도 2세 계획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아기를 낳고 싶지 않았다. 원래 아기를 싫어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런 나의 성격을 잘 ..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19. 아기와 강아지

[복실이]가 우리 집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갑자기 낑낑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깬 나는 서둘러 그 아이가 있는 곳을 살펴보았다. 내가 덮고 자던 얇은 이불이 그 아이를 덮쳤던 까닭에 나름대로 놀란 모양이다. 원래 잠버릇이 고약했던 나는 한 자리에 가만히 누워서 자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 내 방 한 쪽에 강아지 집을 마련해 두었다. 하지만 그 녀석은 매번 내 품을 파고들었고, 마치 그 곳이 제 자리인 냥 편안하게 엎드려 잠을 청했다. 그래서 처음 얼마간은 얼마나 잠을 설쳤는지 모른다.  [복실이]와 함께 자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잠귀가 밝아졌다. 정확하게는 예민해졌다는 표현이 맞을 듯싶다. 그 녀석의 작은 소리에도 벌떡 일어나서 상태를 확인했고,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야 다시 잠자리에 ..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18. 2012년 10월 21일 새벽

2012년 10월 21일 새벽, 밤새 힘없이 내 품에 안겨 있던 녀석이 갑자기 기운을 차린 듯 스스로 일어나 걸어 나왔다. 그리고 엎드려 있던 나의 얼굴 앞으로 다가와 내 눈을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그리고 앞발로 나의 얼굴을 톡톡 건드렸다. 내 얼굴을 두드리던 그 앞발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나 역시 그 아이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복실이]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고, 약속이나 한 듯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얼마 뒤 그 아이는 천천히 걸어서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 엎드렸고, 가늘게 뜬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다시 여기로 오라고 손짓했지만 그저 가만히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녀석의 머리를 몇 번 어루만진 뒤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교회 예..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17. 새로운 시작

진로를 변경하기로 마음을 굳힌 날, [복실이]를 품에 안고 한참을 떠들었다. 그동안의 상황들과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 등 모든 것을 그 아이에게 말했다. 그 아이는 언제나 그렇듯 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나 역시 편안한 마음으로 모든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그러는 동안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엉켜있던 내용들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고,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나갈 자신감도 생겼다. 희한하게도 그렇게 나의 생각이 정리되고 자신감이 차오를 때 즈음, 그 녀석은 나를 향해 가볍게 짖어댔다. 축하의 의미인지, 격려의 의미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이 아이가 나에게 힘을 주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했다.   [복실이]를 품에 안고 일어난 아침, 기분은 제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