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공무원을 준비하게 된 건 다소 감정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할 당시, 공무원들에게 ‘갑질’을 참 많이 당했다. 실무에 대해 전혀 모르는 공무원이 현장을 평가하던 상황은 나에게 강한 반감을 심어줬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장에서 일할 때 가졌던 그들에 대한 반감은, 오히려 나도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딱 1년만 준비해보자는 마음으로 사회복지공무원이 되기 위한 공부를 시작했지만, 역시나 공부를 하는 건 쉽지 않았다. 학원에 등록해 수업을 듣고 밤낮으로 공부를 했지만, 학창시절의 부족했던 기초가 여기서도 발목을 잡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영어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 다른 과목들은 점수에 여유가 있었는데, 언제나 영어가 아슬아슬했다. 성적 때문에 감정의 기복이 생기는 불편한 나날이 계속되었다.
1년의 준비 끝에 시험을 쳤지만, 역시나 영어 성적이 발목을 잡았다. 주변에서는 딱 1년만 더 해보라고 했지만, 나에게는 1년을 더 노력할 의지와 부지런함이 없었다. 그래서 단호하게 공무원 준비를 멈추고 다시 사회복지로의 취업을 준비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공무원 시험 중 얻은 것이 있다면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이었다. 사회복지공무원을 준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사회복지사 1급’의 시험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있었고, 그렇게 응시한 시험에 합격하면서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내가 새로운 길을 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으니, 아예 쓸모없었던 1년은 아니었던 셈이다.
갑자기 사회복지 공부를 하겠다고 결심하고, 사회복지에 대해 알아보던 중 관심이 가는 분야가 있었다. 바로 정신건강사회복지라는 영역이었는데, 정신병원 등 정신건강과 관련된 곳에서 일하며 다양한 정신질환자들을 돌보는 일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시도조차 생각 할 수 없었는데, 왜냐하면 정신건강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정신건강과 관련된 기관에서 1년의 수련 과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하는 입장에서 1년이라는 시간을 더 소비한다는 건 쉽지 않았기에 결국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복지 현장에 취업을 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정신건강 분야에 대한 관심은 조금씩 사라지게 되었다.
사회복지와 관련된 채용 공고를 살펴보던 어느 날, 눈에 띄는 내용이 있었다. 내가 살고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지역의 정신병원에서 직원을 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격 조건은 ‘사회복지사 1급’ 혹은 ‘정신건강 사회복지사 2급’ 이상이었다. 사회복지로 전향한 후 지금까지 채용공고를 살펴보았지만, 정신병원과 관련된 공고를 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자격 조건이 되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지원을 하게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정신병원이나 정신건강복지센터와 같은 정신건강 분야에서도 사회복지사 1급 자격을 가진 직원들을 뽑는다고 한다. 아마 정신건강 사회복지사 자격을 가진 사람만으로는 인원 수급에 어려움이 있어서 그런 듯하다. 그렇게 그동안 마음에는 있었지만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던 정신건강 분야에 지원서를 넣었고, 면접 기회를 가지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서류 전형이 끝나는 날, 떨리는 마음으로 홈페이지를 확인했다.
“서류 전형에 합격하셨습니다. 정해진 날짜에 면접을 보러 오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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