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a story : 나 그리고 세상/1.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25. 편지

고려로드[coreaLord] 2024. 12. 7. 01:31

 

 

[복실이]에게

 

내 영혼의 단짝, 정말 오랜만이야. 가끔 혼잣말로 너에게 말을 걸곤 했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어 슬플 때가 있었어. 당연한 이야기지만 네가 떠난 빈자리가 참 크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지. 그렇지만 참 씩씩하게 잘 견뎌냈다고 생각하는데 네 생각은 어때?

 

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결정한 사회복지라는 진로를 향해 지금도 열심히 달려가고 있어. 일하는 곳마다 나름대로 성과도 있었고, 능력도 인정받고 있는 걸 보면 너의 생각처럼 나랑 잘 맞는 일인 것 같아. 그리고 열심히 일하다보니 좋은 기회가 생겨서 정신건강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는 자격도 갖게 되었어. 공부와 실습을 병행하는 수련기간 1년 동안은 정말 미치도록 힘들었지만, 막상 1년간의 수련을 마치고 눈앞에 있는 자격증을 보니 모든 것을 보상받는 기분이었지 뭐야. 혹시 네가 위에서 힘 좀 쓴 건가?

 

네가 봤던 어린 동생들은 어느덧 20대 청년이 되었어. 한 녀석은 이제 30대를 바라보는 직장인이 되었고, 또 한 녀석은 이제 졸업하고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하고 있어. 옆에서 동생들을 지켜봤다면 너도 정말 뿌듯했을 거야. 가끔 동생들이랑 네 이야기를 할 때가 있는데 어찌나 좋은 추억들이 많은지 말할 때마다 너에게 고마운 마음뿐이야. 네 덕분에 나도, 그리고 동생들도 감정적으로 메마르지 않고 마음이 건강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었어. 고마워!

 

네가 떠나고 한동안은 꿈에서 자주 너를 봤어. 그런데 매정하게도 한 번을 나에게 오지 않는 너를 보면 섭섭하기도 했지만, 어쩌면 그 덕분에 마음을 정리하는 것이 수월했을지도 모르지.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더이상 꿈에서 너를 볼 수 없게 되었어. 그래서 가끔 함께 찍은 휴대전화 속 사진을 보면서 네 모습을 기억하곤 했지.

 

너한테 자랑할 게 있는데, 가끔 너랑 같이 봤던 그 여자아이랑 결혼해서 지금 잘 살고 있어. 그리고 두 명의 아이도 태어나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지.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가끔 강아지였을 때의 너에게 하던 행동을, 지금 아이들에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해. 어쩌면 너와의 추억이 육아에 도움이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한 가지 확실한 건 너와 함께 했던 시간들 덕분에 감정 표현이 자연스러워졌다는 사실인데,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충분히 전달하는 아빠가 될 수 있는 것 같아. 가끔 너에게 행복하게 가정을 꾸린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위에서나마 잘 지켜봐주길 바라.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다른 반려견이 우리 집에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 섞인 질투는 하지 않아도 돼. 너 이후에는 한 번도 다른 친구들을 데려온 적이 없거든. 나도 그렇고 우리 가족 모두가 아직 너를 온전히 떠나보내지는 못한 것 같아. 아마 평생 마음 한 구석에 간직하고 지내지 않을까? 사실 몇 번 시도해보려고 했는데, 결국은 안 되더라. 너와 헤어질 때의 감정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다시는 그런 아픔을 겪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더라고.

 

고맙다는 말로 편지를 마무리할게. 생각나면 또 편지할 테니 그동안 잘 지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