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a story : 나 그리고 세상/1.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21. 꿈을 꾸는 순간

고려로드[coreaLord] 2024. 11. 30. 01:27

 

 

오래 살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조금 살아보니 인생에서 자신의 꿈과 재능을 발견하는 것은 정말 소중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삶을 살아감에 있어 자신의 꿈과 능력을 깨닫는다는 것은 매우 큰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꿈을 향해 모든 에너지를 쏟으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 역시 매우 아름답고 눈부시다.

 

나 역시 멋진 꿈을 꾸던 시기가 있었다. 언젠가 앞에서 이야기했던 농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이 나에게 있었다.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결국 끝까지 전진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내 인생 가운데 가장 불꽃처럼 뜨거웠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 꿈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의 상실감이 너무나 커서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지만, 다행히도 무사히 잘 견뎌낼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을 준 고마운 존재 중 하나가 바로 그 아이이다.

 

가끔 [복실이]와 사람의 말로 대화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내 꿈이 무너졌을 때에도 그런 생각을 했다. 가족과도 나눌 수 없는 이야기를 그 아이에게 털어놓았지만, 그 아이는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왜 사람 말도 못하냐고 괜히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그 아이가 말을 할 수 있었다고 한들 내가 그 아이의 말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어쩌면 그 때의 나는 마음이 조금 삐뚤어져 있어서 그 누구의 말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아무 말 없이 그저 내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었던 그 아이 덕분에 내 안에 쌓여 있던 나쁜 것들이 사라졌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힘들었던 순간은 지났지만 새로운 목표와 방향을 찾는 것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었다. 뭔가를 하고 싶다는 의지가 사라졌기에 그저 주변에서 하라는 대로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언제나 그렇듯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나에게 사회복지사라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그 길을 걷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평화로운 일상을 깨뜨려야 했기에 고민이 많았지만, [복실이]는 나에게 할 수 있다는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여전히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지만, 10년을 함께 지내면서 이제는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어쩌면 그저 바라만 보던 그 아이의 눈빛을 내 마음대로 해석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는 그 녀석이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금 내 옆에 [복실이]는 없지만, 그 아이 덕분에 걷게 된 이 길을 나는 지금도 여전히 걷고 있다. 가끔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내 소중한 친구가 마지막으로 준 선물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비웃을 지도 모르겠다. 기껏 애완동물인 강아지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런 비웃음 따위는 나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나에겐 그들의 비웃음보다 그 아이와의 추억이 훨씬 더 중요하니까 말이다.

 

지금의 내 모습을 본다면 그 녀석은 어떤 말을 할까? 그리고 어떤 눈빛으로 나를 바라볼까? 그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오늘도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아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