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범한 대한민국의 남성이고, 한 여자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이다. 그리고 무척이나 게으르다는 것이 특징이다.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을 하고,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야근은 절대 하지 않으며, 맡은 일은 적당히(상사에게 불편한 말을 듣지 않고,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 정도로만) 하는 게으른 직장인이다. 가족이 우선순위이기 때문에, 항상 업무 스케줄과 가족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업무를 조정하는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이다.
회사에서 나를 쫓아낼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쫓겨나지 않는 이유는 말 그대로 욕을 먹지 않을 만큼만 제대로 일을 하기 때문이다. 상사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나 같은 직원이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회사에 붙어 있는 건 재수 없게도(?) 문제를 지적할 정도의 사고를 치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만 노력하면 더 좋은 성과가 나올 것 같은데 말이죠.”
내가 다녔던 회사에서 상사들에게 자주 듣던 말이다. 혹자는 잘난 척하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이건 상사가 나에게 던지는 비아냥거림의 표현 중 하나이다. 이미 나의 근무태도를 잘 아는 상사들의 빈정거림이다. 나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들의 표현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근무 시간 이외에는 만날 일이 없는 사람들이니까, 괜히 그들 때문에 나의 마음이 불편할 필요는 없다.
내가 욕을 덜 먹으며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동료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일하기 싫은 만큼 다른 사람도 하기 싫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나의 일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지 않는다. 협조가 필요할 경우에도 최소한으로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일을 잘 도와주는 편이다. 그럼 성실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정해진 근무시간동안에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것이 나의 일이든 남의 일이든 크게 상관이 없다. 아무튼 일을 덜 주고, 잘 도와주는 동료를 싫어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나는 상사든 동료든 얼굴을 붉히고 싸우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친절해서 동료들은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상사들 역시 나를 깍듯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정해 놓은 선을 넘어 오지만 않는다면 나는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선을 넘는 순간부터 그는 나의 적이 되고, 그때부터는 거침없이 감정을 드러낸다. 사회생활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할 것이기에, 나는 특별할 것 없는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나를 소개한다.
나는 스스로를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따지고 보면 돈이 많지도 않고, 사회적 지위가 높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나의 삶에 스스로 충분히 만족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내 소개는 이쯤으로 하고, 지금부터 ‘게으름뱅이인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함께 공유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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