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의 학과가 모여 있는 어느 단과대학에서는 매년 체육대회를 통해 친목 도모를 외쳤지만, 실제로 각 학과들에겐 자존심이 걸린 전쟁과도 같은 행사였다. 안타깝게도 그 전쟁터 속에서 샌드백 같이 매년 얻어터지고 꼴찌 경쟁을 하는 학과가 있었는데, 바로 내가 속한 곳이었다. 신입생 때 혜성처럼 등장해서 선배들로부터 ‘학과의 희망’이라고 불렸던 나는, 군 제대 후 아웃사이더 복학생이 되어 있었다. 그나마 복학 직후에는 여자 동기들이라도 있었는데, 3학년이 되니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남자 동기들은 다들 나보다 군대를 일찍 간 탓에 듣는 수업이 전혀 달랐다. 그렇게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신입생은 초라한 아웃사이더 복학생이 되어 버렸다. 어느 때와 다름없이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갑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