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a story : 나 그리고 세상/1.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20. 모태솔로

고려로드[coreaLord] 2024. 11. 30. 01:26

 

 

[복실이]는 모태솔로이다. 남자친구를 사귄 적이 한 번도 없다. 몇 번이고 좋은 짝을 만들어주려고 했지만, 어찌나 앙칼진 모습을 보이는지 만나는 친구들마다 도망가기 바빴다. 그래서 새끼를 낳은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리틀 [복실이]가 태어난다면 참 귀여울 것 같지만, 한편으론 평생 모태솔로였기 때문에 오랫동안 건강할 수 있었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복실이]가 다른 친구와 알콩달콩 지내는 모습을 보지 못한 건 아쉽다. 이것이 아빠의 마음일까? 그 아이가 낳은 귀여운 강아지들을 볼 수 없었다는 사실도 아쉽다. 이것이 할아버지의 마음인가?

 

사실 나는 결혼 후에도 2세 계획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아기를 낳고 싶지 않았다. 원래 아기를 싫어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런 나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태어날 아기에게 좋은 아빠가 될 자신도 없었다. 하지만 아내와의 기나긴 대화 끝에 지금은 세상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손자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눈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진다. 나와 동생에겐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다정한 모습이었다. 신기하게도 그런 부모님의 모습이 전혀 서운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다.

 

내가 아기를 갖기로 결심한 원인이 [복실이] 때문은 아니다. 하지만 막상 태어난 아이들로 인해 긍정적으로 바뀌어가는 주변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그 아이가 생각났다. 그 녀석과 함께 있었던 시절, 그 아이를 닮은 귀여운 강아지가 태어났다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지금 부모님이 손자를 안고 느끼는 그 감정을 조금이나마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 개들의 평균 수명이 궁금했던 적이 있어 찾아보니 품종마다 조금씩 달랐던 것 같다. 내 기억으로 그 당시 요크셔테리어의 평균 수명은 14~16세 정도이고, 관리가 잘 되는 경우에는 20년까지 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복실이]는 건강한 모습으로 15년을 살았으니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나의 자녀와 그 아이를 만나게 해주지 못했다는 사실은 항상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현실적으로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기에 가끔 미래의 일을 그려보기도 했지만 결국 이루지는 못했다. 그래서 가끔씩 그 녀석이 내 꿈에 나타나 아이들과 뛰어노는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전히 나를 아껴주고 위로해주는 고마운 친구다.

 

이제 첫째 아이가 제법 자라서 본인의 의사를 말로 표현하는 것이 능숙한 시기가 되었다. 그리고 가끔 강아지를 키우는 친구가 있다며 부러운 듯 이야기한다. 그래서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지 물어보면 그렇지는 않다고 이야기한다. 아마 언젠가 아이가 조금 더 성장하게 되면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말할 지도 모른다. 아내는 절대 애완동물은 키울 수 없다는 입장이고, 나는 아이가 원하면 종류와 상관없이 키워도 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애완동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아내를 설득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가끔씩 생각해본다. 만약 내 아이가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한다면 나는 어떤 마음으로 그 녀석들을 바라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