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a story : 나 그리고 세상/1.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19. 아기와 강아지

고려로드[coreaLord] 2024. 11. 30. 01:25

 

 

[복실이]가 우리 집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갑자기 낑낑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깬 나는 서둘러 그 아이가 있는 곳을 살펴보았다. 내가 덮고 자던 얇은 이불이 그 아이를 덮쳤던 까닭에 나름대로 놀란 모양이다. 원래 잠버릇이 고약했던 나는 한 자리에 가만히 누워서 자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 내 방 한 쪽에 강아지 집을 마련해 두었다. 하지만 그 녀석은 매번 내 품을 파고들었고, 마치 그 곳이 제 자리인 냥 편안하게 엎드려 잠을 청했다. 그래서 처음 얼마간은 얼마나 잠을 설쳤는지 모른다.

 

[복실이]와 함께 자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잠귀가 밝아졌다. 정확하게는 예민해졌다는 표현이 맞을 듯싶다. 그 녀석의 작은 소리에도 벌떡 일어나서 상태를 확인했고,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야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꽤 오랫동안 반복되었던 일상은 그 아이의 성장과 함께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다시 어떤 상황에서도 꿈쩍하지 않는 무던한 잠꾸러기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결혼 후 첫 번째 아이가 태어났다. 갓 태어난 나의 아이는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부서질 듯 연약해 보였다. 모든 신경이 그 아이에게 향했고, 특히 잠을 잘 때는 더욱 예민해졌다. 아기 침대에 따로 재웠는데, 나는 작은 소리에도 반응하여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던 어느 날, 문득 [복실이]가 생각났다. 그 녀석이 강아지였던 시절도 지금처럼 내 온 신경은 그 아이에게 향했었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생각해보면 그 때의 경험이 알게 모르게 육아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았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새삼스럽게 그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무던했던 나의 감각을 예민하게 갈고 닦아준 녀석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너무 작아 아무도 듣지는 못했겠지만 말이다.

 

어느 덧 아이가 자라서 제법 사람다운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나에게 놀아달라는 의사표현을 하기도 하고, 안아달라고 보채기도 했다. 그때마다 행복한 마음으로 아이와 놀아주고 안아주었다. 그러면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해맑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그리고 내 얼굴에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신기하게도 그 과정 가운데 단 한 번도 귀찮았던 적이 없었다.

 

[복실이]는 나에 대한 애착이 좀 심한 편이었다. 주인인 내가 우유부단한 탓에 제대로 된 훈육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녀석은 언제나 나에게 안아달라고 하고 내 다리 위에 자신을 앉혀 달라고 했다. 그러면 나는 한 번도 거부하지 않고 내 다리 위에 녀석을 앉혔다. 최근 TV에서, 제대로 된 훈육을 받지 않은 개에게 솔루션을 알려주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그걸 보면서 [복실이]에 대한 나의 훈육이 좀 더 제대로 이루어졌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과 녀석에 대한 미안함이 동시에 들었다.

 

아무튼 그 때의 [복실이]는 나를 참 귀찮게 했는데 한 번도 싫었던 적이 없었다. 아마 그 때의 경험들이 나를 아이와 잘 놀아줄 수 있는 아빠로 만들어 준 것 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오늘도 그 아이에게 감사한 마음이 하나 더 쌓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