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a story : 나 그리고 세상/1.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27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6. 꿈의 끝

농구선수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나는 부모님에게 진지하게 미래에 대해 말씀드렸다. 잘할 자신이 있다고, 좋은 곳에서 스카우트 제의도 있으니 충분히 미래를 걸어볼 가치가 있다고. 나의 생각과 상황을 설명했지만 부모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부모님의 생각은 확고했다. “장남은 무조건 공부로 성공해야 한다!”  납득할만한 이유를 듣지 못해 더욱 화가 났다. 부모님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나의 생각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답답한 마음에 가출(?)을 했다. 사실 가출이라고 하긴 애매한데, 당시 다가올 대회를 위해 우리 팀 전체가 합숙을 하기로 했었다. 나는 합숙을 가겠다는 편지 한 장만 덩그러니 남긴 채 합숙장소로 가버렸다. 원래 일주일로 ..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5. 꿈

한 때 농구선수를 꿈꿨던 적이 있다. 농구라는 영역에 대한 재능이 있었던 덕분에 기회를 잡기도 했었지만, 결국 그 꿈을 이루진 못했다. 나약한 나의 마음으로 인해 부모님의 반대를 극복하지 못했고, 비슷한 시기에 찾아온 부상도 극복하지 못했다. 나의 마음은 무너졌고, 삶의 목적을 잃고 방황했다. 그 때 나의 옆을 지켜준 존재가 바로 [복실이]였다. 그리고 방황하고 헤매던 나를 일으켜준 것 역시 [복실이]였다.  중학생 시절, 친구 한 명이 나에게 함께 농구해볼 생각이 없는지 물었다. 체육시간에 하면 되는 농구를 왜 굳이 함께 하자고 따로 이야기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친구가 던진 한마디는 나의 궁금증을 바로 해결해주었다. “나랑 같이 길거리 농구팀을 만들어보자!”  사실 나는 운동신경이..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4. 지렁이

시간이 지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동네 근처의 중학교로 진학하게 되었다. 그런데 나를 괴롭히던 XX들 중 한 명이 같은 중학교로 가게 되었고, 학기 초 그 XX는 다른 학교 일진들과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일진들에게 내가 괴롭힘을 당했던 과거를 장황하게 늘어놓더니 자기들이 먹을 빵을 사오라고 말했다. 예전이었다면 그 XX들이 시키는 대로 했겠지만, 이제 더 이상 옛날의 내가 아니었다. 나는 그들에게 저항했고, 그들의 폭력에도 불구하고 미친 사람처럼 맞섰다. 아마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발버둥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저항의 시간이 지나고, 더 이상 그 XX들은 나를 괴롭히거나 찾아오지 않았다.   그 날 저녁, 나는 [복실이]를 안은 채 그 동안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털어놓았다. 아마..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3. 변화

강아지를 키우면 의외로 돈 들어갈 일이 많다. 애완견을 키우는데 필요한 다양한 용품들도 사야 하고, 사료와 간식도 필요하다. 당시 어렸던 나의 수중에는 돈이 많지 않았기에 대부분 부모님께 의지해야 했다. 가끔 이걸 가지고 부모님이 협박(?)을 하기도 했지만, [복실이]의 풍족한 삶을 위해서라면 부모님께 더 많은 협박(?)을 받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강아지 키우는 것을 반대하던 부모님도 점점 [복실이]에게 애정을 갖기 시작했다. 조그마한 몸으로 꾸물거리는 모습은 우리 가족의 혼을 빼놓기 충분했고, 평소 감정 표현이 거의 없던 우리 가족의 분위기를 조금씩 변화시켰다. 물론 가족 간에는 여전히 표현이 서툴렀지만, 적어도 [복실이]에게만은 모두 혀 짧은 소리를 내며 애정을 표현했다. 그리고 어느 순..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2. 새로운 식구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나는, 도시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어머니께서 이모들과 함께 작은 가게를 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 많은 도시로 거주지를 옮기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나의 아픔이 시작되었다. 순박한(?) 시골 아이가 적응하기엔 도시의 환경이 그리 녹록치 않았다. 물론 도시에도 좋은 사람들이 참 많지만, 아쉽게도 나는 운이 좀 없었던 것 같다. 전학 간 첫날부터 그 학교의 일진들에게 불려가고, 다른 반 친구들의 텃새를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   원래 다니던 학교에서는 친구들 사이에서 꽤나 인기가 많았는데, 좀 재수 없지만(?) 특히 여자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나름대로 시골학교에서는 인·싸였던 셈인데, 어쩌면 그런 것들이 알게 모르게 괴롭힘을 당하게 된 요소였는지도 모른다. 5학년 때 전학을..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1. 2012년 10월 21일

2012년 10월 21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이 날은 나의 소중한 친구 [복실이]가 세상을 떠난 날이다. 당시 사회 초년생으로 주말에만 본가에 잠시 들르던 시기였는데, 그 날 [복실이]의 상태는 심상치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아이는 너무 많이 말랐고,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 아이의 마지막 시간들을 옆에서 함께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 미안했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이제 [복실이]에게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음을…  그 날 새벽, [복실이]는 나의 품 안에 안겨 있었다. 그리고 나는 밤새도록 그 아이와 눈을 맞추며 몸을 쓰다듬어 주었다. 이미 우리는 서로 알고 있었다. 이제 함께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음을…  결국 한숨도 자지 못하고 교회로 향했다. 예정..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이야기를 시작하며...

지금부터 들려줄 이야기는 내가 가장 사랑했던 또 하나의 가족, 반려견 ‘복실이’와의 추억에 관한 이야기이다. 복실이는 요크셔테리어 엄마와 푸들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귀여운 암컷 강아지이다. 나에겐 가족처럼 소중한 존재였는데, 어쩌면 당시의 나에게는 가족보다 더 소중한 존재였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마음을 터놓고, 나의 감정을 숨김없이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 바로 그 아이였다.   아마 반려동물을 키운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신의 옆에도 반려동물이 있다면 그 아이는 당신에게 매우 소중한 존재일 것이다. 반면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이라면 나의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할 지도 모르지만 그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글을 적는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