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a story : 나 그리고 세상/1.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27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16. 2012년의 어느 날

2012년의 어느 날, 나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마치 중학교 시절 농구선수를 꿈꾸었던 바로 그 때처럼 새로운 무언가는 나에게 노크하듯 찾아왔다. 그것은 바로 사회복지라는, 나에게는 낯설지만은 않은 분야였다. 이것이 나에게 낯설지 않은 이유는 이미 대학교 시절 사회복지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때는 긍정적인 고민이 아니라 절대로 사회복지만큼은 하지 않겠다는 부정적인 결정이었다. 사실 사회복지사의 월급은 많은 편이 아니고 심지어 적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남자가 사회복지사를 직업으로 삼아 가정을 꾸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사회복지사는 나의 선택지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다니던 직장을 포기하고 사회복지로 분야를 바꾸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동안,..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15. 사회초년생

사회초년생에게 사회생활이라는 것은 여러모로 참 힘든 일이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고, 회사에서의 일도 쉬운 것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 더욱 빠르게 지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나 자신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면 조금이나마 에너지가 채워지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었던 그 시절, 내 옆에 [복실이]가 있었다면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회사에 막 입사한 신입에게는 모든 것이 어렵고 힘들다.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 쓰러지고 간신히 눈만 붙이고 일어나서 다시 일터로 향한다. 나 역시 그랬고, 힘드니까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그 시절 나를 일으켜 주었던 것은 당연하게도 [복실이]의 존재였다. 일주일 간..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14. 달리기

[복실이]와 함께 한 덕분에 이별의 순간을 잘 이겨낼 수 있었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경험들로 인해 나는 조금은 더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다. 그리고 그 순간마다 [복실이]가 내 옆에 있었다. 어쩌면 그 아이 덕분에 나는 점점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 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강아지 때부터 맺어온 인연의 끈 덕분에 정말 행복한 삶을 살아온 것 같다. 그리고 그 아이도 같은 마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8년 10월 2일의 어느 저녁, 같은 교회에 다니는 2살 어린 동생에게 용기를 내어 사귀자고 말했다. 그날은 진주 남강 위에 수많은 유등이 반짝이고 있는 유등축제기간이었다. 앞서 광안리에 그 친구와 데이트를 하러 갔는데, 용기가 없던 나는 마지막까지 고백하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그리고 마..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13. 감옥

나의 여행은 2006년 6월에 멈추게 되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은 가야하는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였다. 정말로 군대에 가기 싫었다. 노동 착취라고 생각했고, 가장 빛나는 청춘들의 시간을 국가가 빼앗아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그 생각에는 크게 변함이 없지만, 예전만큼 군 입대를 싫어하진 않는다. 첫 번째 이유는 내가 이미 제대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그 안에서 경험한 것들 중에도 나름 도움이 되는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군 입대를 앞두고 가장 걱정되는 존재는 당연히 부모님이었다. 장남이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지, 나 없이도 잘 지내실 수 있을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나의 마음을 힘들게 한 건 우습게도 여자 친구가 아닌 [복실이]였..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12. 여행

‘여행을 떠나 봐!’  평소에 걷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특별한 목적지가 없어도 무작정 걷곤 했다. 군대에 가기 전, 내 발길이 닿는 이곳저곳을 다닐 수 있다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찾고 싶어 했던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사 아무것도 찾지 못하더라도 그 경험 자체가 나에게 큰 재산이 될 것 같았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복실이]를 힘껏 안아주었다. 그리고 백번도 넘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인생의 어려운 순간마다 그 아이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고맙다는 말을 더 많이 한 것 같다. 나의 그러한 표현에 그 녀석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아이..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11. 자취하는 남자

대학교 입학으로 인해 내 인생의 첫 독립을 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복실이]와도 떨어져 지내게 되었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 본가에 가면 만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을 예상했기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 후 최대한 많은 시간을 그 아이와 보내기 위해 노력했었는데, 막상 실제로 그런 상황이 벌어지니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았다. 주변에서 보면 유별나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 녀석은 나에게 있어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기에 그 아이와 떨어져 지내는 것은 참 힘든 일이었다.   2005년 5월의 어느 날, 나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다. 같은 과의 1년 선배 누나였는데, 수능 후 헤어진 옛 여자 친구를 잊지 못하는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준 존재였다. 흔하디흔한 이야기지만, 옛 연인을 잊지 못하는 나..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10. 여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시간이 참 많다. 빡빡하기 그지없는 고등학교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시간적으로 여유로워지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 같다. 나 역시 그 시기에 친구들과 다양한 경험을 했었고, 무엇보다 내 인생에서 가장 여유롭고 편안한 상태에서 [복실이]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 다시는 오지 않을 그 순간을 그 아이와 함께 하며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지만, 그럼에도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다는 아쉬움이 남아 있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수능 이후에도 학교에는 가야 한다. 사실 학교에 가도 공부를 하는 건 아니라서 별로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출석..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9. 산책

시간은 흘러, 어느덧 수능일이 되었고 거짓말처럼 모든 시험이 끝났다. 그동안의 노력과 수고가 단 하루의 시험으로 결정된다는 것이 서글펐지만, 그보다는 시험이 끝났다는 사실과 함께 해방감이 먼저 들었다. 시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나를 반겨주는 건 [복실이]였다. 부모님은 아직 퇴근을 하지 않으셨기에 나는 그 아이와 함께 동네를 산책했다.  항상 이 녀석과 함께 걷던 길인데, 그 날은 뭔가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겪었던 많은 일들이 생각나면서 여러 가지 감정들이 뒤섞였다.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지만, 그럼에도 그 시기를 무사히 지나올 수 있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내 앞에 서서 졸랑졸랑 걸어가는 그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이 녀석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아주 큰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8. 도전

고등학교 1학년의 어느 날, 문득 내가 쌓아놓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동안 쌓아왔던 농구선수라는 이름의 탑은 이미 무너져 사라진 뒤였고, 새롭게 쌓아야 할 곳은 기초도 제대로 다져지지 않은 모래사장이었다. 무엇보다 앞으로 어떤 이름의 탑을 쌓아야 할지, 내 꿈이 무엇인지 갈피조차 잡을 수 없었다. 나는 다시 [복실이]를 붙잡고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듯 그 아이는 나와 눈을 마주친 채 아무 말 없이 그저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가 눈물을 흘릴 때면 마치 위로하듯 나의 얼굴을 혀로 핥아주었다. 그리고는 나의 품에 ‘쏙’하고 들어와 쓰다듬어달라며 낑낑거렸다. 나를 괴롭히는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다.  “일단 한..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7. 존재감

지금 생각해보면 다사다난했던 중학교 시절이지만, 다행히 엇나가지 않고 바르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은 [복실이]가 항상 내 옆에 있었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 힘들 때마다 언제나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지켜봐 주던 그 아이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 나에게 긍정적인 힘을 주었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나에게 아픔을 줄 때, [복실이]는 내가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상대였다. 그 아이를 쓰다듬는 것만으로 마음이 진정되고, 아무런 걱정 없이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그 아이였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어머니께서 가게를 정리하시면서, 나는 다시 예전에 살던 동네로 돌아가게 되었다. 아버지의 직장은 원래 예전 동네에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다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행복한 추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