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나는, 도시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어머니께서 이모들과 함께 작은 가게를 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 많은 도시로 거주지를 옮기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나의 아픔이 시작되었다. 순박한(?) 시골 아이가 적응하기엔 도시의 환경이 그리 녹록치 않았다. 물론 도시에도 좋은 사람들이 참 많지만, 아쉽게도 나는 운이 좀 없었던 것 같다. 전학 간 첫날부터 그 학교의 일진들에게 불려가고, 다른 반 친구들의 텃새를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
원래 다니던 학교에서는 친구들 사이에서 꽤나 인기가 많았는데, 좀 재수 없지만(?) 특히 여자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나름대로 시골학교에서는 인·싸였던 셈인데, 어쩌면 그런 것들이 알게 모르게 괴롭힘을 당하게 된 요소였는지도 모른다. 5학년 때 전학을 오게 된 후, 바뀐 환경에 적응을 하지 못하며 꽤나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런 힘든 시기에 우연찮은 기회로 강아지 한 마리를 분양 받게 되었다. 어머니와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분이 키우던 반려견이 새끼를 낳았는데, 혹시 분양받을 생각이 있는지 어머니에게 물어본 것이다. 당시 우리 집은 모든 일에 어머니가 강력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고, 처음에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는 이유로 분양을 거부하셨다. 원래 애완동물을 좋아하지 않으셔서 큰 기대를 하진 않았지만, 막상 못 키운다고 하니 왠지 모르게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예전에도 강아지를 분양 받아 키운 적이 있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오래 키우지 못했다. 당시에는 책임지고 키우기엔 어린 나이였던 탓에 의견을 내지 못하고 강아지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곧 중학생이 되는 시기였기에 내 스스로 분양받은 강아지를 책임지고 키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서 강아지를 키울 수 없다는 어머니의 의견에 반대하여 꼭 키우고 싶다는 나의 의견을 전달했다. 처음에는 안 된다고 하셨지만, 결국 나의 강력한 호소(?)가 통했는지 강아지를 키우도록 허락해주셨다.
어머니에게 허락 받은 다음 날, 아직 눈도 다 뜨지 못하는 조그만 강아지 한 마리가 우리 집으로 왔다. 조그마한 몸을 꼬물꼬물 움직이는 그 모습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쪼그마한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한 동안 우리는 멍하니 서로의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뭐라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마음 한 구석에 찌릿한 느낌이 들었다. 굳이 비슷한 감정을 찾아보자면, 벅찬 마음? 설렘? 아무튼 그런 것과 비슷한 어떤 감정이었던 것 같다.
새로운 식구가 된 녀석의 이름은 [복실이]로 지었는데, 조금 촌스러울 수도 있는 그 이름은 부모님의 작명센스였다. 부모님께서 [복실이]를 키우는 조건으로 이름은 무조건 본인들이 짓겠다고 하셨기 때문에 [복실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거부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이름까지 짓고 나니 정말로 한 가족이 된 것 같았다. 그리고 아직 강아지가 살 수 있는 집이 마련되지 않아 첫 날은 내 방에서 함께 잠을 자기로 했다. 그 날 밤, 나는 [복실이]를 품에 꼭 안고 행복한 기분을 마음껏 느끼며 잠자리에 들었다.
'corea story : 나 그리고 세상 > 1.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5. 꿈 (8) | 2024.11.16 |
---|---|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4. 지렁이 (0) | 2024.11.16 |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3. 변화 (0) | 2024.11.16 |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1. 2012년 10월 21일 (0) | 2024.11.09 |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이야기를 시작하며... (16) | 2024.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