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a story : 나 그리고 세상/1.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4. 지렁이

고려로드[coreaLord] 2024. 11. 16. 00:58

 

 

시간이 지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동네 근처의 중학교로 진학하게 되었다. 그런데 나를 괴롭히던 XX들 중 한 명이 같은 중학교로 가게 되었고, 학기 초 그 XX는 다른 학교 일진들과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일진들에게 내가 괴롭힘을 당했던 과거를 장황하게 늘어놓더니 자기들이 먹을 빵을 사오라고 말했다. 예전이었다면 그 XX들이 시키는 대로 했겠지만, 이제 더 이상 옛날의 내가 아니었다. 나는 그들에게 저항했고, 그들의 폭력에도 불구하고 미친 사람처럼 맞섰다. 아마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발버둥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저항의 시간이 지나고, 더 이상 그 XX들은 나를 괴롭히거나 찾아오지 않았다.

 

그 날 저녁, 나는 [복실이]를 안은 채 그 동안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털어놓았다. 아마도 그런 XX들한테는 절대 지지 않겠다는 나 스스로의 다짐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때마다 [복실이]는 나의 눈을 계속해서 바라봐주었다. 커다란 눈망울을 깜빡거리며 마치 나에게 힘내라고 말하는 듯 했다. 내가 그 XX들에게 저항할 수 있었던 건 아무런 말없이 내 말을 듣고 눈을 마주보며 옆에서 용기를 준 [복실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학교생활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일진에게 보복 당할까봐 나에게 오지 못하던 친구들이 하나 둘씩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제 학교에서도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가 생겼고, 방과 후 함께 분식집에 갈 수 있는 친구도 있었다. 이제야 겨우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게 된 것 같았다. 도시로 전학 오기 전에는 당연하다고 느꼈던 일상이 사실은 아주 소중한 것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앞으로는 감사한 마음을 갖고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행복한 일상을 누리던 어느 날, 어느 때와 다름없이 학교를 마치고 [복실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복실이]가 내 품에 안겨 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그래서 나도 그 아이를 쳐다보았는데, 눈에 눈물이 고인 것 같았다. 원래 강아지 눈은 항상 촉촉한데, 당시의 나는 스스로의 벅찬 감정으로 인해 [복실이]의 눈물이 특별해 보였던 것 같다. [복실이]의 눈을 쳐다보고 있으니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 시간은 참 힘들었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넘어선 나는 한 단계 성장해있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지렁이가 꿈틀하면 밟은 사람이 놀라서 도망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밟은 놈이 무조건(!!!) 가장 나쁜 놈이지만, 세상을 살다보면 지렁이를 밟는 그런 나쁜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럴 때 밟혀만 있으면 최악의 경우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든 꿈틀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의 그 경험은 무척 아팠지만, 그럼에도 나 자신을 좀 더 믿을 수 있게 된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런 나의 옆에는 언제나 [복실이]가 함께 있었다. 지금도 나는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을 믿고 있다. 그리고 이런 적당한 자신감은 나를 성장시키고 나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이제 내 곁에 그 아이는 없지만, 그 시절 그 아이와의 추억 덕분에 나는 여전히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하루를 간다. 고맙다! 복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