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1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이 날은 나의 소중한 친구 [복실이]가 세상을 떠난 날이다. 당시 사회 초년생으로 주말에만 본가에 잠시 들르던 시기였는데, 그 날 [복실이]의 상태는 심상치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아이는 너무 많이 말랐고,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 아이의 마지막 시간들을 옆에서 함께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 미안했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이제 [복실이]에게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음을…
그 날 새벽, [복실이]는 나의 품 안에 안겨 있었다. 그리고 나는 밤새도록 그 아이와 눈을 맞추며 몸을 쓰다듬어 주었다. 이미 우리는 서로 알고 있었다. 이제 함께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음을…
결국 한숨도 자지 못하고 교회로 향했다. 예정되어 있던 일정들을 모두 마치고 저녁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동생들의 담담한 표정을 마주한 순간, 나를 반겨주던 그 아이의 모습을 앞으로는 더 이상 볼 수 없음을 깨달았다. 신기하게도 눈물은 나지 않았다. 그리고 동생들 역시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편안하게 잘 갔어.”
가족들과 저녁을 먹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어머니와 함께 마을 뒷산으로 향했다. 나의 손에는 작은 나무 상자가 들려있었고, 평소 자주 산책하던 길옆에 그 나무 상자를 고이 묻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어머니와 나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한 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어머니는 집 앞에서 눈물을 훔치셨고, 그럼에도 나는 울지 않았다.
모두가 잠든 밤, 나는 잠을 잘 수 없었다. 15년 동안 함께 했던 추억을 곱씹는 동안 밤새 나를 잠 못 들게 했던 건 그 아이에게 더 잘 해주지 못한 아쉬움이었다. 그리고 참았던 눈물이 미친 듯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번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멈추지 않았고, 그렇게 슬픔이 가득한 밤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 회사에 출근한 후 맡은 일을 담담하게 해나갔다. 그 아이는 내가 슬퍼서 힘들어하는 걸 좋아하지 않을 테니까,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그 아이를 잘 보내주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일했다. 그렇게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무도 없는 빈 자취방에 들어 갈 자신이 없어 본가에 갈까 고민했지만 결국 자취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 간 빈 집은 깜깜했고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다시 눈물이 쏟아졌다.
참 오랫동안 힘들었던 것 같다. 마음 한 구석이 뻥 하고 뚫린 것 같았다. 일을 하고 있지만 몸이 허공에 붕 떠 있는 느낌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상태로 큰 실수 없이 업무를 했던 내 자신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감히 비교할 수 없지만, 내 기준에서는 가족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한 감정에서 빠져나오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그 상황을 지나고 보니 오히려 인간으로서 한 단계 성장한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전히 보고 싶고, 생각하면 시린 그 이름! “복실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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