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a story : 나 그리고 세상/1.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5. 꿈

고려로드[coreaLord] 2024. 11. 16. 01:00

 

 

한 때 농구선수를 꿈꿨던 적이 있다. 농구라는 영역에 대한 재능이 있었던 덕분에 기회를 잡기도 했었지만, 결국 그 꿈을 이루진 못했다. 나약한 나의 마음으로 인해 부모님의 반대를 극복하지 못했고, 비슷한 시기에 찾아온 부상도 극복하지 못했다. 나의 마음은 무너졌고, 삶의 목적을 잃고 방황했다. 그 때 나의 옆을 지켜준 존재가 바로 [복실이]였다. 그리고 방황하고 헤매던 나를 일으켜준 것 역시 [복실이]였다.

 

중학생 시절, 친구 한 명이 나에게 함께 농구해볼 생각이 없는지 물었다. 체육시간에 하면 되는 농구를 왜 굳이 함께 하자고 따로 이야기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친구가 던진 한마디는 나의 궁금증을 바로 해결해주었다.

 

나랑 같이 길거리 농구팀을 만들어보자!”

 

사실 나는 운동신경이 꽤 좋은 편이고, 웬만한 운동은 곧잘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유명한 축구부가 있는 학교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정도라고 하면 충분히 설명이 될 것 같다. 나에게 제안을 한 그 친구는 체육시간에 농구하는 내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고 했다. 나도 그 제안에 제법 흥미를 느꼈고, 친구에게 생각해보겠다고 말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신이 나서 [복실이]에게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렇게 [복실이]와 이야기(?)를 하고 나니 어느새 나의 마음도 정리되어 있었다.

 

좋아! 우리 같이 재미있게 해보자!”

 

그렇게 친구 몇 명을 더 모아 길거리 농구팀을 만들었다.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모인 친구들과의 만남은 너무나 재미있었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것도 너무나 행복했다. 그 시절 아주 유명한 농구 만화가 있었는데, 나와 비슷한 또래의 남자 아이들 중 그 만화를 보며 농구선수를 꿈꾸거나 농구에 관심을 가진 아이들이 꽤 많을 것이다. 아무튼 친구들과 나는 학교만 마치면 코트를 찾아다니며 늦은 시간까지 열심히 농구를 했다. 주말은 대부분 친구들과 농구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그러다 보니 항상 밤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집으로 들어갔다.

 

우리 또래의 부모님들이 그렇듯, 나의 부모님 역시 상당히 보수적인 편이었다. 당시 농구에 푹 빠져있던 나의 모습이 부모님에겐 탐탁지 않았던 것 같다. 어느 날, 술을 먹고 늦게 들어오신 아버지께서 나를 부르셨고, 무릎을 꿇고 앉은 나에게 말씀하셨다.

 

농구 그만해라. 맨 날 늦은 밤까지 뭐하는 거냐! 양아치도 아니고, 친구들끼리 모여서 이상한 짓 하지 말고 공부나 해라!”

 

나는 아버지에게 이상한 짓이 아니라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런 나에게 아버지께선 장남은 무조건 공부로 성공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앞으로 농구선수 한다는 말은 꺼내지도 말라고 했다. 그날 밤, 나는 [복실이]를 꼭 끌어안고 밤새도록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