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선수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나는 부모님에게 진지하게 미래에 대해 말씀드렸다. 잘할 자신이 있다고, 좋은 곳에서 스카우트 제의도 있으니 충분히 미래를 걸어볼 가치가 있다고. 나의 생각과 상황을 설명했지만 부모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부모님의 생각은 확고했다.
“장남은 무조건 공부로 성공해야 한다!”
납득할만한 이유를 듣지 못해 더욱 화가 났다. 부모님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나의 생각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답답한 마음에 가출(?)을 했다. 사실 가출이라고 하긴 애매한데, 당시 다가올 대회를 위해 우리 팀 전체가 합숙을 하기로 했었다. 나는 합숙을 가겠다는 편지 한 장만 덩그러니 남긴 채 합숙장소로 가버렸다. 원래 일주일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나는 불과 이틀 만에 집으로 돌아갔다. [복실이]가 가출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집에 도착한 나는 미친 듯이 동네를 돌아다녔다. 목이 터져라 [복실이]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그 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눈에서는 눈물이 멈출 줄 모르고 흘렀다.
“멍!”
고개를 돌리니 나를 향해 달려오는 [복실이]가 눈에 들어왔다. 현실감이 없었지만, 무작정 [복실이]를 향해 뛰어갔다. 마치 두 발이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이었고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복실이]는 나에게 안겨 끙끙거렸고, 미친 듯이 몸을 흔들며 나를 핥았다. 그전에는 단 한 번도 [복실이] 혼자 밖을 나간 적이 없었다. 가끔 문을 열어 놓을 때에도, [복실이]는 우리 가족과 함께 하지 않으면 절대 혼자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복실이]는 왜 혼자서 나갔을까? 짐작하건대 이상한 기류를 느끼고 나를 찾으러 간 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진실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복실이]를 찾은 뒤 우리 가족은 모여 앉았다. 부모님은 나를 엄청 혼내셨고, 농구선수가 되는 것은 절대 허락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반복하셨다. 너무 속상해서 부모님께 고함을 지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복실이]를 품에 앉고 온갖 감정들을 쏟아냈는데, [복실이]는 묵묵히 나의 눈을 바라보며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단 한순간도 내 품을 벗어나지 않고, 내 눈을 피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았다. 어느 정도 감정을 쏟아낸 후에야 나는 [복실이]와 함께 잠이 들었다. 그리고 내 꿈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
그렇게 다짐했던 나의 꿈은 참으로 허무하게 끝을 맺었다. 잡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무리하게 연습 하다가 결국 부상을 당했다. 평범한 일상 생활에는 아무 지장이 없었지만, 농구선수로서는 방치할 수 없는 상태였다. 수술도 해야 하고, 재활도 해야 했다. 그에 따른 막대한 비용도 필요했다. 하지만 내가 농구선수가 되는 걸 원치 않으시는 부모님이 수술에 동의할 리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꿈을 포기하고, 더 이상 농구선수로의 길을 걸어갈 수 없게 되었다. 그 날 밤, 나는 [복실이]를 품에 안은 채 밤새도록 눈물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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