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a story : 나 그리고 세상/1.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16. 2012년의 어느 날

고려로드[coreaLord] 2024. 11. 23. 01:20

 

 

2012년의 어느 날, 나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마치 중학교 시절 농구선수를 꿈꾸었던 바로 그 때처럼 새로운 무언가는 나에게 노크하듯 찾아왔다. 그것은 바로 사회복지라는, 나에게는 낯설지만은 않은 분야였다. 이것이 나에게 낯설지 않은 이유는 이미 대학교 시절 사회복지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때는 긍정적인 고민이 아니라 절대로 사회복지만큼은 하지 않겠다는 부정적인 결정이었다. 사실 사회복지사의 월급은 많은 편이 아니고 심지어 적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남자가 사회복지사를 직업으로 삼아 가정을 꾸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사회복지사는 나의 선택지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다니던 직장을 포기하고 사회복지로 분야를 바꾸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동안, 이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든 몇 가지 요인들이 있다. 먼저 사회복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들이 이 시기에 갑자기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 전까지는 한 번도 이런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었다. 두 번째로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분야로 직업을 선택할 때, 투자해야 할 시간 등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사회복지 분야는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신념을 유의미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이는 사회복지를 하는 대신 돈을 많이 벌어 기부를 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고 묻기도 한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 기준에서 그것이 옳다고도 말할 수 없다. 나는 기부금이나 사람들의 노력이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이고 투명하게 전달되기를 원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라면 그것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나에게 사회복지란 가난한 약자들을 돕는 것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환경적인 부분과는 상관없이 누구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그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사회복지였다.

 

한편으로는 선진국의 국민들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사회복지의 혜택이 우리나라에서도 이루어지길 바랐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의 흐름 가운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았고, 언젠가는 나의 가치와 신념이 사회복지 분야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었다. 나의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될 무렵, 당시 나의 여자 친구 역시 내 편이 되어 주었다. 미래를 약속했기에 그녀의 생각은 무엇보다 중요했고, 내가 가장 걱정했던 금전적인 부분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결혼 자금으로 쓸 만큼의 돈은 모아놓았고, 결혼 후의 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당신을 믿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당신의 뒤에서 늘 도와주시는 하나님을 믿기 때문이야.”

 

그렇게 말하며 나를 안심시켜주었고, 누구보다 나의 진로 변경을 지지해 주었다. 결과적으로 지금 나는 그 때의 여자 친구와 결혼하여 잘 살고 있고, 빚 없이 마련한 아파트에서 자녀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다. 물론 여전히 쉽지 않은 삶이지만, 그럼에도 감사하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