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11. 자취하는 남자

 

 

대학교 입학으로 인해 내 인생의 첫 독립을 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복실이]와도 떨어져 지내게 되었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 본가에 가면 만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을 예상했기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 후 최대한 많은 시간을 그 아이와 보내기 위해 노력했었는데, 막상 실제로 그런 상황이 벌어지니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았다. 주변에서 보면 유별나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 녀석은 나에게 있어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기에 그 아이와 떨어져 지내는 것은 참 힘든 일이었다.

 

2005년 5월의 어느 날, 나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다. 같은 과의 1년 선배 누나였는데, 수능 후 헤어진 옛 여자 친구를 잊지 못하는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준 존재였다. 흔하디흔한 이야기지만, 옛 연인을 잊지 못하는 나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던 누나와 연인이 된 케이스였다. 그리고 나에게는 [복실이] 이외에 나의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나의 마음을 온전하게 터놓을 수 있는 첫 번째 사람을 만난 순간이었다. 선배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나의 마음속에서 [복실이]의 존재는 조금씩 잊혀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가끔 본가에 가서 [복실이]를 만나면 참 좋았다. 당시 3층이었던 우리 집으로 가기 위해 첫 계단을 밟는 순간부터 그 아이의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면 미친 듯이 날뛰며 나를 반겨주었다.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낑낑거리는 소리와 함께 내 품에 안겼다가 빠져나가기를 반복하는 그 아이의 모습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그 날 하루 동안 그 녀석은 절대 내 옆을 벗어나지 않았다. 화장실에 들어가면 나올 때까지 문을 긁어대고, 혹여나 현관문에 가까이 가기라도 하면 필사적으로 못 가게 막았다. 부모님께서는 우스갯소리로 이 녀석 덕분에 큰 아들 얼굴을 더 자주 본다며 좋아하셨다.

 

대학교 생활은 내가 생각했던, 그리고 주변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와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적어도 고등학생 시절보다는 편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 여유로움을 활용해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찾는 시기가 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술판 그 자체였다. 술을 먹지 못하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쉽지 않았고, 모든 활동과 생활 속에는 술이 있었다. 어쩌면 내 주변의 환경과 사람들이 특별히 술을 좋아하는 것이었을 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당시 나에게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대학교에서 가치와 신념을 찾을 수 있을 거란 낭만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대학의 목표는 취업이었다. 더 좋은 곳에 취업하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것이 현실 속 대학생이었다. 그리고 나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대학교는 어디에도 없었고, 그 순간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고등학교 시절의 노력이 허무해졌다. 또 다시 내 삶의 방황이 시작되었다. 목표도, 방향도 잡을 수 없었다. 모든 것이 귀찮아졌고,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무언가 조치가 필요했다.

 

주말이 되어 본가에 내려갔다. 언제나 그랬듯 [복실이]는 나를 반겨주었다. 그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그 날은 평소보다 오랜 시간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우리 동네에 있던 기차역을 지나고 버스 역을 지났다. 그 순간 그 아이는 눈빛으로 나를 향해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