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에게 사회생활이라는 것은 여러모로 참 힘든 일이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고, 회사에서의 일도 쉬운 것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 더욱 빠르게 지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나 자신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면 조금이나마 에너지가 채워지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었던 그 시절, 내 옆에 [복실이]가 있었다면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회사에 막 입사한 신입에게는 모든 것이 어렵고 힘들다.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 쓰러지고 간신히 눈만 붙이고 일어나서 다시 일터로 향한다. 나 역시 그랬고, 힘드니까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그 시절 나를 일으켜 주었던 것은 당연하게도 [복실이]의 존재였다. 일주일 간 치열했던 순간을 마치고 본가에 내려가면 언제나 그랬듯 그 아이가 나를 반겨준다. 그래서 현관문을 여는 순간 모든 피로와 힘든 마음은 사라지고, 그 순간부터는 행복함이 가득하다. 그렇게 회복된 상태로 부모님의 얼굴을 보게 되니, 부모님은 첫 사회생활을 잘 해내는 장남이 든든하다며 좋아하셨다. 본가에 있는 동안만큼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하고 행복한 감정이 내 안에 가득했다.
하지만 주말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다시 월요일은 찾아온다.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깜깜한 방 안에서 나를 반겨주는 존재는 아무것도 없다. 불을 켜도 달라지는 건 없으니 그냥 불을 꺼둔 채로 침대 위에 쓰러진다. 가끔 그대로 잠이 들기도 하는데, 다음 날 아침 햇살에 눈을 뜰 때면 뭔가 허무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복실이]를 자취방으로 데리고 올까 싶었지만, 그건 그 아이를 외롭게 만드는 일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내 포기하고 만다. 그렇게 버티다보면 다시 주말은 찾아오고, 나는 다시 본가에 찾아가 그 녀석을 만나서 에너지를 회복했다.
문득 평생 이렇게 버티듯이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순간이 있었다. 인생의 선배들에게 나의 의구심을 이야기하면 언제나 돌아오는 답변은 비슷했다.
“원래 사는 게 다 그런 거야. 너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 모두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그렇기 때문에 나도 당연히 버텨야 하고, 버티지 못하면 바보 혹은 낙오자가 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답답했다. 이제 내 나이 겨우 20대 중반인데, 앞으로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나에겐 용기가 없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무시할 용기, 내가 좋아하는 것에 전부를 걸고 뛰어들 용기가 말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그런 용기를 낼 만큼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건 무엇일까. 나와 평생을 함께 한 부모님도 몰랐고,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있는 나 역시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혹시 나의 모든 것을 보여준 [복실이]라면 답을 알 수도 있을까. 답답한 마음에 그 아이에게 말을 걸어 보았지만 아무 말 없이 그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버티다보니 어느새 1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corea story : 나 그리고 세상 > 1.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17. 새로운 시작 (4) | 2024.11.23 |
---|---|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16. 2012년의 어느 날 (6) | 2024.11.23 |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14. 달리기 (2) | 2024.11.23 |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13. 감옥 (2) | 2024.11.23 |
[복실이에게 보내는 편지] Ep12. 여행 (0) | 2024.11.23 |